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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공연에서

10월 28일 세종시 공연에서 읽었던 글이에요



정수리에서 허공으로

뿜어져 나와

하마터면 흩어질 뻔한 단어들을

굳이 정성스레 긁어모아다

한데 놓았다


보이지 않는 더듬거림으로

너무 늦은 아침을

건너뛴 점심을

뒷걸음치는 저녁을

비로소 제자리인 새벽을

모아다 한참 보았다


흩어지다가 흘러가다가 바스러지고 대부분 사라졌는데

이 작은 점은 모래알에서 돌멩이로 바위로

거꾸로 산이 되었다


가만히 있으면

햇살에도 표정이 있고

고요함에도 색채와 농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귀를 막으면 들리기 시작하는 목소리

며칠 새 나도 모르게 쌓이다가

싹이 트듯 새어 나온다


나를 담으려 적당한 시간을 보내다

지나쳐 버린 것들이 너무 많아서

자주 머뭇거린다


다시 돌아가도 허물어진 담벼락만 남아있겠지

전하지 못한 말만 웅얼거린다


너무 빨리 사라지는 것들에 당연함을 느끼기 싫어 고집을 부리고

새로운 것들이 오히려 허기를 달래주지 않아

다시 뒤로 걸어보기도 한다


보이기 싫은 서투름에도 온기가 있다

망설이다 또 잃게 될까 봐 서둘러 적는다


부디 이 순간이 조금 천천히 사라지길

조용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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