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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이야기

뻐근한 아침을 몰아내려 거실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전선줄 위에 까치 한 마리가 날아와 앉았다. 호기심이 많은 까치였다. 한참을 같은 자리에 앉아 집 안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자세히 보니 오동통하고 덩치가 크고 제법 귀엽게 생긴 까치였다. 이따금씩 몸을 앞으로 숙이며 뭔가 인사를 하는 듯한 제스처를 반복했다. 까치의 습성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똥을 싸고 있었던 것일까? 짧은 목례를 하듯 까딱까딱 움직이더니 내가 잠깐 고개를 숙였다 올리는 동안 까치는 사라져 있었다.


무슨 의미일까.. 나는 자주 이런 것에 의미 부여하는 일을 좋아한다. 제비가 찾아오면 반가운 손님이 찾아온다고 하는 이야기가 기억났다. 까치는 제비랑 친구니까 제비가 데리고 올 만큼은 아니지만 제법 좋은 손님이 찾아오는 거 아닐까? 인사를 한두 번도 아니고 열 번도 넘게 까딱까딱했으니까..


열 시가 넘은 지금 와서 보니, 그 손님은 오후에 만났던 오랜만에 보는 형들이었을까? 아니면 마침내 누군가 복각해 낸 어릴 적 좋아하던 게임이었을까? 혹시 누군가 까치로 환생해서 내가 잘 살고 있는지 살펴보러 온 걸까? 아님 내 쓸데없는 망상이었을까.. 어느 쪽이 되었든 하루를 채워준 까치에게 고마운 마음이 든다. 나중에 다리 부러지는 일 없이 무사히 잘 지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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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comentarios


9
26 feb

오존 님의 오존 님이 보는 2025년이 궁금해요 오존 님의 글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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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원
혜원
21 ene

음악만큼이나 글을 좋아해요 그니까 자주 업로드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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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won.
jaewon.
20 nov 2024

재밌어요.. 더 올려주ㅛㅐ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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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ock Sun
Block Sun
09 nov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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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kdgkdms1234
26 ago 2024

난 예전에 ~ 2년 전에 학교 기숙사 앞에 잔디밭이 있었는데 매일 아침 6시 반에 까치 한마리가 똑같이 왔었다~ 그래서 첫날엔 구경하고 그 다음날에는 물 한컵 떠다놓고 또 그 다음날에는 견과류를 부숴서 창틀에 얹어놓아봤다~… 까치가 매일 매일 조금씩 가까이 오더니 어느 날 창틀로 와서 식사를 하고 갔다..~ 그렇게 한 학기를 까치와 함께 살았는데 지금도 그 까치는 행복한 한끼를 하고 살까~… 나는 가끔 잔디밭에서 커피를 마시면 너가 생각나 까치야 너두 다리 안 부러지게 조심햇 여름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고생해 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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