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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자리, mbti, 사주

최종 수정일: 1월 4일

연말연시에 넘쳐나는 정보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실 몇 년 동안 정보가 너무 많아서 대부분 포화상태였지만 지금은 여기저기서 쌓인 올 해의 운세 관련 정보들을 기억하느라 좀 더 그렇다. 내가 내 돈 주고 운세를 본 적은 없지만 (있을 수도 있다.. 기억이 나지 않을 뿐..) 주변에 그런 쪽으로 관심 있는 친구들이 많아서 주변인들 봐줄 겸 내 것도 같이 봐준 적이 종종 있다. 대체로 작년은 조용히 뭔가를 준비하는 시기라고 나온 것 같다. 이름만 들어도 오싹한 그놈의 '삼재'는 올해인지 내년인지에 끝난다고 하는데 삼재 중에 좋은 삼재도 있다는 것을 아시는지..? 나한텐 '삼 년 동안 재수 없을 것이다'의 약자로 읽혀서.. 어쨌든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뭔가 좋은 해라고 한다. 그게 뭐 어떤 식으로 좋을지는 나도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열리는 해라고 한다. 기왕 열릴 거 아주 남대문 마냥 활짝 열렸으면..


며칠 전 신년맞이 난생처음으로 해돋이를 보러 고성에 다녀왔는데, (구름에 가려 해 뜨는지도 몰랐지만) 숙소 책장에 꽂힌 책 중에 특이한 책이 있어서 충동구매를 했다. 안 그래도 복잡한 별자리를 무려 48가지로 나눠서 나에게 해당되는 별자리와 다른 별자리들 간의 궁합 같은 것을 적어둔 책이다. <내 별자리의 비밀 언어>라는 책인데.. 나는 별자리 주간 중 가장 마지막에 해당하는 물고기자리 lll(pisces III). 춤과 몽상의 주간 사람이다. (3월 생인데 세상의 끝이라니.. 반대로 세상의 시작도 3월 생이다. 물병자리였나..? 어떤 기준으로 별자리들의 시작과 끝을 정하는지도 궁금해졌다.) 영어로는 Dancers and Dreamers.. 춤과 몽상이라니. 예상보다 낭만적인 수식어라 괜히 기분이 좋았다. 근데 주변에서 봤을 때 맨날 뭔 뜬구름 잡는 헛소리만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고 조심하라고 한다. 혹시 궁금하시다면 웹에 검색하면 48가지 중 웬만한 건 간략하게나마 다 나온다.


다른 사람의 생일만 알고 있으면, 이 책으로 나와 그 사람 간의 케미스트리를 읽어볼 수 있다. 물론 사주나, mbti나 별자리 같은 것들을 보면 대부분 좋은 것만 걸러 듣는 편이라 부정적인 내용은 '에이 아니겠지~' 하며 넘기겠지만, 생일을 아는 가까운 친구들과의 궁합을 슬쩍 살펴보니 꽤나 솔깃해지는 내용이 많았다. 앞으로 누구랑 무슨 일이 생기면 가끔 이 책을 들춰보고 혼자 마녀의 수정 구슬을 쳐다보듯 음흉한 표정을 지을 수 있을 것 같다. 겉표지도 그렇고 괜스레 마력이 깃든 물건이 생긴 것 같아 연초부터 든든하다. 책을 추천해 준 김지원 작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각자가 가진 디테일은 다르지만 mbti 라던지 혈액형 관련 이야기들, 사주, 오늘의 운세, 별자리 같은 것들은 일상에서 좋은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가끔은 낯선 자리에서 어색함을 깨기 좋은 도구가 되기도 하고. 꽤 자주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훌륭한 땔감으로 쓰이곤 한다. 굳이 안 좋은 부분을 기억하게 되었더라도 괜찮은 핑곗거리로 삼을 수 있기 때문에 딱히 손해 보는 느낌은 없다. 혹시 안 좋은 정보만 확대해서 기억하는 부류의 사람이라면 어쩔 수 없지.. 몇 년 전만 해도 그리 크지도 않은 뇌 저장 용량을 왜 이런데 쓰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근데 막상 들춰보니 이런 것들로 일상이 재밌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혹시 당신.. 대다수의 사람들이 재밌어하는 어떤 것에 대해 호기심보다 거부감을 먼저 느끼는 사람이라면, 본인이 잘 모른다는 이유로 팔짱을 끼고 나쁜 점을 찾고 있는 중이라면.. 당신은 아마도 내가 아까 마법의 책에서 읽은 부류의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조심하시오.. 당신은 이미 간파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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